2023년 5월에 작성한 글입니다.
작년 이맘때쯤부터 시작한 월간作이 어느새 12회차에 접어들었습니다.
필자는 글을 쓰는 재주가 특출나지 않았기에, 하나하나 쓰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글을 써 내려갔었습니다.
그렇게 쓰다 보니 하나둘씩 쌓여가는 작업물들이 다양해졌고, 이번 5월의 완성복까지 포함하여 총 80벌의 완성복을 다양한 스토리로 풀어냈습니다.
최대한 다양한 작업물들로 보시는 분들에게 간접적으로 경험을 하실 수 있게끔, 좋은 레퍼런스가 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일 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필자의 역량 한계를 느껴 잠시 쉬어가려고 합니다.
더 좋은 내용과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더 많은 공부와 연구의 필요성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한 단계 더 발전된 모습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이번 오월의 완성복들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DRAPERS
- Montecarlo
- 270gms
- wool 100%
엘로우 시어서커 자켓
이 옷을 보고 있으면 떠오르는 영화 한 편이 있습니다. La Grande Bellezza (The Great beauty)라는 이탈리아 영화입니다.
국내에선 더 그레이트 뷰티라는 제목으로 개봉했으며, 10년이 지난 영화이지만, 영화에서 보여주는 스타일리시함은 어색함이 없을 정도로 자연스러움이 있습니다.
포스터에서도 보여지는 듯, 영화의 주인공인 젭 감바르델라가 석고상에 앉아 있는 모습만 보더라도.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시각적인 즐거움 얼마나 큰지 기대감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영화의 내용은 주인공은 젭은 성공한 작가이며, 화려하고 호화로운 상류층의 생활을 즐기고 있지만, '진정한 아름다움이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에 갈증과 방황을 합니다.
그 결론은 짓지 못한 채 허무주의적인 태도로 하루하루를 소비하며 지내왔지만, 여러 사건들을 통해 본인만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찾아갑니다.
우연치 않게 이 영화의 포스터를 보고, 비주얼적인 아름다움에 끌려 접하게 된 영화입니다.
시작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젭이 입고 있었던 옷들을 유심히 관찰하며 본 것 같습니다.
다양한 색감의 캐주얼한 자켓부터, 포멀한 수트차림의 스타일링, 안경에서부터 포켓 스퀘어를 한 세세한 디테일, 이러한 옷을 입고 행하는 젭의 애티튜드까지..
중년 남성의 아름다운 멋을 가장 잘 표현한 영화이지 않을까 합니다. 영화의 내용 또한 매우 훌륭하지만, 단순히 스타일링적으로만 감상하여도 충분히 매력적인 영화입니다.
위 자켓은 La Grande Bellezza (The Great beauty)의 젭의 자켓을 오마주 하였습니다.
맞추신 분 또한 70대가 넘으신 중년 분이셨고, 젭 못지않은 애티튜드와 옷에 대한 탐구를 지니신 분이셨습니다.
화려한 색감을 지닌 자켓이지만, 소화할 수 있는 느낌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 느낌이라 함은, 마치 세월을 다루어온 경험으로, 그만의 분위기가 이 옷을 누를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그분 또한 젭과 같이 본인만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찾아가지 않을까 합니다. 아니 이미 찾으셨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DRAPERS
- Montecarlo
- 270gms
- wool 100%
다크 네이비 시어서커 더블자켓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시어서커 (seersucker)는 면이라는 직물에서부터 비롯됩니다. 이와 다르게 이번에 완성된 다크 네이비 시어서커 더블 자켓같은 경우 양모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이 부분이 매우 흥미로운 요소인 것 같습니다. 보편적으로 양모의 특유의 동물성 섬유의 질감을, 면이라는 식물성 섬유의 질감으로 가공하여 제직할 수 있다는 기술력이 놀라울 따름이었습니다.
블라인드 테스트로 면 시어서커와 울 시어서커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유사성을 띠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궁금증이 하나 생기는 것 같습니다. 굳이 시어서커를 양모로 만들 필요가 있을까라?는 의문점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원자재의 가격을 생각한다면, 울과 면은 차이가 분명히 존재합니다.
울은 면보다 값비싼 원료이며, 그런 울을 가지고 면 소재인 시어서커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타산이 안 맞는 방식입니다.
또한 울을 가지고 시어서커를 만들어 내려는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충분히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할애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정말 굳이 만들어낼 필요가 없는 소재를 드라퍼스社는 굳이 만들어냈습니다.
그 이유는 당연히 면 시어서커에서 발견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함일 것입니다.
일단 일반적인 면 시어서커는 부드럽지만 강직도는 떨어집니다. 그렇기에 편안하게 입을 수 있는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주름에 대한 부분을 주기적으로 케어를 해야 합니다.
이와 다르게 울 시어서커는 부드러운 촉감을 유지한 채 어느 정도 강직도가 있습니다.
잔 주름에 대한 신경을 덜 쓸 수 있는 복원력과 탄성이 보다 좋습니다. 또한 장기성을 따지면, 식물성 섬유보다는 동물성 섬유가 형태 유지 및 원단의 손상에 대하여 우위에 있습니다.
식물성 섬유의 소재인, 리넨 혹은 면 같은 경우는 옷의 형태 유지가 어려우며, 원단의 마모된 정도가 빠릅니다.
그의 비해 동물성 섬유인 울 같은 경우 옷의 형태 유지와 원단의 마모 정도가 더디게 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한다면, 굳이 드라퍼스社가 만들어낸 이유는 분명히 있는 것 같습니다.
DRAPERS
- H.O.P.E
- 280gms
- wool 73% hemp 15% cotton 12%
크림 자켓
수많은 원단사들의 컬렉션 중 가장 개성 있으면서도, 의미가 있는 컬렉션은 호프 컬렉션이 아닌가 싶습니다.
H.O.P.E 컬렉션은 ' How to Optimise People and Environment' 이란 타이틀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간과 환경에 가장 이로운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그 희망이 이 컬렉션에 담겨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호프 컬렉션은 천염염색, 재활용, 친환경적인 원료의 조합이란 3가지 키워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위 자켓 같은 경우는 친환경적인 원료의 조합에 맞는 완성복입니다. 일단 독특하게 삼베 (hemp)라는 소재가 사용되었습니다.
삼베는 다른 식물들과는 달리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을뿐더러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 자라나는 식물입니다.
그런 면에서 옷감으로써 가장 친환경적인 포지션에 있는 소재입니다.
또한 Mulesing (뮬싱)을 하지 않은 양의 털만을 사용합니다.
뮬싱은 많은 양모를 채취하기 위하여 개량된 양들의 항문 주변의 살을 도려내는 방식입니다.
그 이유는 개량된 양들은 전신에 깊은 주름이 있습니다. 그 주름 사이에 배설물이 쌓여 구더기가 번식하거나 병이 들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이러한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마취제를 사용하지 않고,
치료도 하지 않으며 생살을 도려내는 폭력적인 방식으로 양모를 기릅니다. 호프 컬렉션은 뮬싱을 사용하지 않은 양모로만 사용하며 가장 친환경적인 컬렉션임에는 분명합니다.
단순히 옷감으로써 가 아닌 그 내용을 깊이 알고 입는다면, 건강한 옷 입기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Dugdale Bros & Co
- Lagan valley
- 340gms
- Linen 100%
베이지 리넨 수트
날이 점차 더워지면서, 리넨 수트에 대한 제작 의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번에 소개해 드릴 완성복은 덕데일사의 라간밸리 컬렉션으로 완성된 베이지 리넨 수트입니다.
라간밸리 컬렉션은 작년 이맘때쯤 새롭게 런칭되었으며, 출시와 함께 프로모션을 하여 많은 분들이 찾아주셨습니다.
라간밸리 컬렉션은 전통적인 dressed linen 실을 사용하여 뻣뻣하고 거친 천을 최종 공정인 건식세탁을 통하여 부드럽게 표현하였습니다.
부드럽고 촉촉한 질감이 느껴지는 리넨입니다. 또한 컬렉션의 전반적인 컬러감은 파스텔톤에 위싱처리된 느낌으로 앤틱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습니다.
이런 성질을 가지고 있는 원단의 경우는 그 특성을 살려서 옷을 제작하는 방향성이 탁월할 것입니다. 자켓의 심지 (뼈대)는 최소화하면서도 안감 또한 들어가지 않은 언라이닝 방식이 좋을 것이며,
자켓의 최소한 형태는 유지한 채, 언제 어디서든지 부담 없이 가볍게 툭 걸칠 수 있는 구조들이 보다 잘 어울릴 것입니다.
간혹 패턴이 들어가 있지 않은 솔리드 리넨 자켓만 의뢰하시는 경우가 있는데, 필자가 권장해 드리는 방향성은 솔리드 리넨은 자켓만 제작하는 것보다는 수트로 제작하는 것이 다양한 위드롭을 구성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정입니다.
솔리드 리넨 수트는 단 한 벌의 수트로도 탁월하며, 자켓과 팬츠를 다방면으로 다양한 아이템들과 함께 스타일링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하나의 자켓보다는 하나의 수트로 세 가지의 다른 스타일링을 할 수 있기에, 합리적이면서도 현명한 선택일 것입니다.
DRAPERS
- Superbio & Beausoleil
- 370gms
- wool 100%
차콜 그레이 스트라이프 수트
근 몇 년간 가장 많이 제작한 수트 원단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에 답변은, 당연히 드라퍼스 슈페르비오입니다.
슈페르비오는 파이브스타 (FIVE STAR) 컬렉션의 리뉴얼된 컬렉션으로, 파이브스타 시절부터 현시점까지 가장 많은 수트를 제작한 원단에 속할 것입니다.
이 컬렉션이 가지고 있는 독특하면서도 클래식한 느낌 덕분인 것 같습니다.
이탈리아 원단 특유의 발색감과 고급스러운 광택감은 유지한 채, 영국 원단들이 가지고 있는 단단하고, 밀도감 있는 원단의 짜임과 고중량대의 스펙을 지녔기에, 두 가지의 특성을 잘 버무려진 원단입니다.
이러한 원단의 매력적인 성질만으로도 그 가치는 충분하지만, 한 단계 더 나아가 가격적인 부분에서도 메리트를 지닌고 있습니다.
과거 드라퍼스는 단독 원단사 (머천트)였지만, 3년 전쯤부터 V.B.C 그룹은 꾸준히 드라퍼사의 협업을 통해 성장성을 알아보고 인수를 하였고, 단독 소유주가 되었습니다.
또한 V.B.C 그룹은 드라퍼스를 자사의 하이앤드 라인으로 리브랜딩 하면서 더 좋은 품질의 원단을 제작하는 회사로 적극 지원했습니다.
큰 기업의 속해지면서, 하이엔드로 리브랜딩을 한 드라퍼스는 품질은 유지한 채, 가격적인 부분에서 대폭 다운시켜 합리적인 가격선으로 구성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전에 단독 회사로 운영했던 시절보다, 더 좋은 접근성으로 대중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현시점에서 수많은 원단들 중 가장 합리적인 포지셔닝이 된 슈페르비오 컬렉션은 매니아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원단이 되었습니다.
올해도 여전히 슈페리비오의 인기는 꾸준할 것이라고 예상됩니다.
by egon